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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보도자료] 편집국장단의 뉴스 클로즈업 : CO2 배출 없는 물 분해 ‘그린수소’…부산기업이 개척 선봉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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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1.07.01 / 19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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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수소서 전기 얻고 나면 물 생겨

- 그 물 재활용해 다시 수소 얻어
- 차세대 무한에너지원으로 각광
- 수분해 수소 아직 경제성 낮아
- 탄소 내뿜는 ‘그레이수소’ 대세

- 권순철 교수가 설립한 지역업체
- 물 분해해 3㎾ 생산 발전기 개발
- KS인증절차 착수… 상용화 눈앞

물을 분해해 전기를 얻는다.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. 이런 말도 안되는 사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. 단순히 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기와 보트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우리 삶을 바꾸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.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은 수소경제에 대해 그 개념을 잘 모른다. 수소연료전지차인 현대자동차의 넥쏘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. 하지만 수소가 어떻게 에너지로 쓰이는지, 수소를 어떻게 생산하는지 등은 생소한 게 사실이다. 일부는 수소하면 폭발 이미지를 떠올려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로 착각한다. 과학기술의 발달로 신소재가 개발되면서 이런 우려는 크게 감소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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㈜케이워터크래프트 권순철 대표가 3일 부산 해운대구 사회체육센터 테니스장 옆에 설치된 수전해 수소발전기 앞에서 기기를 설명하고 있다. 김종진 기자

■수소는 왜 미래 에너지인가

수소는 어디에나 늘려 있다. 우주의 75%가 수소다. 하지만 공기보다 가벼워 포집하기가 쉽지 않다. 또 수소에서 전기를 얻고 나면 물이 생긴다. 이 물을 분해하면 수소를 얻는다. 이처럼 수소는 거의 무한정 쓸 수 있다. 수소는 또 물이 될 때 에너지를 발산한다. 전기와 함께 열도 나온다. 이런 궁극의 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할 미래에너지가 되는 것이다. 어차피 화석에너지는 지구가 아파 조만간 사용을 중단해야 할 운명을 맞았다. 탄소가 지금처럼 지구의 대기를 덮는다면 지구는 조만간 기후위기가 심해져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.

수소를 생산할 때 크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이 있다. 탄소 제로라는 목표를 가진 미래에너지가 되려면 후자가 돼야 한다. 하지만 수소 생산은 현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가 대세다. 쉽고 싸게 생산할 수 있어서다. 석유를 정제하거나 철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얻는 개질수소가 그레이수소다.

미래청정에너지가 되려면 물을 분해해 얻는 수분해 수소 즉,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한다. 현재 이 기술은 상용화가 안돼 있다. 물을 분해할 때 많은 전기가 필요해 경제성이 떨어진다. 현재 ㎏당 8000~1만 원 선이어서 ℓ당 1500원인 휘발유와 비교하면 경쟁이 안 된다. 부산대 이제명(조선·해양공학과) 교수는 “수소의 효율이 좋기 때문에 ㎏당 3000원 선이면 경제성이 있다”고 평가했다.

■수분해 수소에너지 기업
 



부산에서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,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. 부산대 권순철(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) 교수가 2019년 2월 설립한 ㈜케이워터크래프트다. 부산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권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. 삼성종합기술원 에너지랩에서 연료전지 분야 전문연구원을 지냈다. 삼성에서 연구원을 할 때부터 수전해 수소발전을 연구했고, 부산대로 온 2015년부터 본격화했다.

케이워터크래프트는 수분해 수소발전기(워터스테이션)를 개발해 현재 부산 해운대구 사회체육센터에서 실증작업을 벌이고 있다. 태양광을 이용해 수분해 수소를 생산한 다음 연료전지와 배터리를 테니스장과 관리실의 전기로 활용한다. 특허를 등록한 이 제품은 현재 KS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. 권 대표는 인증 절차가 끝나는 대로 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.

이 발전기는 소음(60㏈)이 거의 없다. 수소를 전기분해해 3㎾의 전기를 생산한다. 이를 배터리에 저장해 5배인 14.4㎾까지 증폭한다. 인버터를 통해 직류를 220V 교류로 전환하면 일반적으로 쓰는 전기로 사용할 수 있다. 인버터를 거쳐 나가는 전력량은 일정하게 공급하기 위해 10㎾를 송출한다. 첫 전력량보다 3배 정도는 돼야 중단되지 않고 안정화하기 때문이다. 전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면 이 발전기를 여러 대 쓰면 된다.

권 대표는 이 발전기를 현대건설 서산그린 바이오 스마트시티에 활용하기로 하고 현대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. 원리는 비슷하지만 제품이 다른 산소가 나오는 공기청정기(워터에어)를 개발해 대기업과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.

권 대표는 최근 수분해 수소발전 보트 실증에도 성공했다. 권 대표는 “재생에너지는 쓰는 전력량보다 많으면 전부 버려야 하는데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만들어 저장하면 배터리보다 손실이 훨씬 적다”며 “두바이 등 일조량이 많은 국가에서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”고 말했다. 권 대표는 국내 특허 보유 중인 수전해수소발전기를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 등록을 신청했다. 글로벌 진출을 위한 준비인 셈이다.

그는 “처음 이 제품을 만들었을 때 ‘열 역학 법칙에 위배된다’ ‘사기다’ 같은 비난이 많았다. 웃기는 일이지만 외국에서 한 업체가 이를 개발했다고 하니 그 때부터 저의 성과를 인정했다”고 말했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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■부산의 수소 경제

부산에서는 권 대표 외에도 수소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기업과 전문가가 모인 한국수소에너지기술연구조합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. 지난해말 창립총회를 연 조합은 현대글로비스㈜와 선보공업㈜ ㈜케이워터크래프트 골든웰산업 한국재생에너지㈜ 등 30여 업체가 가입했다. 발포제 세계 1위 기업인 부산 사상구 ㈜금양은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. 수소충전소용 압축기를 생산하는 ㈜대하(부산 강서구 미음산단)는 정부로부터 수소전문기업으로 지정됐다. 해운대구 그린시티에는 30.8㎿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가동 중이다.

하지만 부산시의 발걸음은 느리다. 이제야 수소 전담 부서를 두겠다고 선언했고, 2개뿐인 수소충전소를 올해 내로 2개 더 건립하겠다고 밝혔다. 최근에는 서부산지역에 100㎿급 수소발전소 2곳을 건설하기로 하고 글로벌투자회사와 협의를 진행 중인 사실이 본지를 통해 알려져 이제야 뭔가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. 수소그린모빌리티 특구로 지정된 울산의 수소경제에 비하면 많이 뒤처져 있다.


※수소 용어 정리

■수소

실온에서 기체 상태의 H₂로 존재한다. 산소와 결합하면 물(H₂O)이 된다.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. 수소(水素)의 어원은 ‘물을 만들다’는 독일어 ‘Wasserstoff’에서 나왔다. 프랑스어 ‘hydrogene’도 라부아지에가 1783년 ‘물을 생성한다’는 의미로 붙였다.

■그린수소

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말한다.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청정하다는 뜻에서 그린수소로 불린다. 생산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는데 어떻게 전기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단가가 달라진다.

■그레이수소

천연가스에서 개질하거나 석유화학·정유·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다. 생산단가는 싸지만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는 단점이 있다.

■블루수소

그레이수소 추출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면 이 때 생산하는 수소를 블루수소라 부른다.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나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과제다. 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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